무작위 표본 추출, 설문 대상 뽑기
무작위로 뽑는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설문 결과를 읽을 때 응답자 수만큼 중요한 질문은 ‘누가 어떤 절차로 조사 대상이 되었는가’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물었더라도 조사원이 만나기 쉬운 사람만 골랐다면 모집단 전체의 생각을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대상별 선택 기회를 분명히 하고 정해진 규칙으로 뽑았다면, 표본에서 모집단을 추론할 근거가 생깁니다.
단순무작위추출은 모집단의 각 대상이 표본으로 선택될 확률이 같도록 설계하는 확률표본추출입니다. 조사자의 판단이나 접근 편의가 선정 여부를 좌우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아무렇게나 고르는 일상어의 ‘임의 선택’과 통계에서 말하는 ‘무작위’가 다른 이유입니다. 캐나다 통계청의 확률표본추출 안내도 단순무작위추출에서는 모집단의 각 단위가 동일한 선택 기회를 갖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조건을 지키려면 조사 범위와 기준일을 정하고, 전체 대상이 들어 있는 표본틀을 만든 뒤 고유 번호를 붙여야 합니다. 이어 난수 생성 범위와 표본 수, 중복 허용 여부를 조사 전에 확정합니다. 추첨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뽑거나 특정 대상을 끼워 넣으면 처음의 선택확률은 유지되지 않습니다.
아파트 120가구에서는 어떻게 추출할까요?
3개 동에 동마다 10개 층, 층별 4가구가 있는 가상 아파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사 기준일 현재 입주한 120가구가 모집단입니다. 101동 1층의 첫 가구부터 일정한 순서로 1번에서 120번까지 번호를 부여하고, 이 가운데 12가구를 중복 없이 뽑습니다.
| 추출 단계 | 120가구 설문에서 할 일 | 잘못되기 쉬운 부분 |
|---|---|---|
| 모집단 확정 | 기준일 현재 입주한 가구만 조사 대상으로 정합니다. | 빈집이나 상가를 가구로 포함할 수 있습니다. |
| 표본틀 작성 | 동·층·호수를 대조해 1~120의 고유 번호를 붙입니다. | 전입 가구 누락이나 번호 중복이 생길 수 있습니다. |
| 난수 추출 | 1~120에서 서로 다른 번호 12개를 한 번 뽑습니다. | 선정 결과를 보고 다시 추첨할 수 있습니다. |
| 조사 요청 | 선정된 모든 가구에 같은 연락 원칙을 적용합니다. | 부재 가구를 옆집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실행 장면을 구체적으로 보면 절차의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관리 명부의 동·층·호수 옆에 번호를 적고, 난수로 나온 7번·18번·43번 같은 번호에 표시한 뒤 실제 주소와 맞춰 봅니다. 이때 조사원이 평일 낮에 방문하기 편한 저층 가구를 추가할 여지는 없습니다. 누가 뽑힐지는 목록과 난수가 결정합니다.
다만 난수 버튼이 부정확한 목록을 고쳐 주지는 않습니다. 명부에서 15가구가 빠졌다면 그 가구의 선택확률은 같은 것이 아니라 0입니다. 이런 표본틀의 누락은 포함오차에 해당하며, 추출이 무작위였다는 사실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조사 기준일의 실제 입주 현황과 명부를 대조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편한 가구를 고르는 방식과 무엇이 다를까요?
조사원이 평일 낮에 문을 열어 주는 가구만 방문하면 재택 시간이 긴 주민이 표본에 들어오기 쉽습니다. 출근하거나 외출한 주민은 사실상 선택되기 어렵습니다. 1층이나 관리사무소 주변부터 조사한다면 층과 동에 따른 생활 조건도 한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표본 수를 늘려도 이러한 선택 구조에서 생긴 편향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 대상 선정 방식 | 가구를 정하는 기준 |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범위 |
|---|---|---|
| 단순무작위추출 | 완성된 명부에서 각 가구가 같은 확률로 뽑히게 합니다. | 표본틀과 무응답의 한계를 밝힌다면 모집단 추론의 근거가 됩니다. |
| 편의표본추출 | 조사 시점에 만나기 쉽거나 참여 의사가 강한 가구를 고릅니다. | 응답한 집단의 경향은 보여도 전체 주민으로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
| 조사자의 자의적 선택 | 대표적으로 보인다는 판단에 따라 가구를 고릅니다. | 선택확률을 알 수 없어 표본오차를 확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
일부 가구를 편의대로 고른 다음 그 안에서 제비를 뽑는 방식도 전체 모집단에 대한 단순무작위추출이 아닙니다. 처음 제외된 가구에는 선택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고서의 ‘무작위 조사’라는 표현만 보지 말고, 무작위화가 전체 명부에서 시작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선정 가구가 응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처리할까요?
잘 뽑은 표본도 응답 거절이나 부재를 만나면 구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응답하지 않은 가구의 생활 방식이나 의견이 응답 가구와 체계적으로 다르면 무응답 편향이 생깁니다. 이때 옆집이나 조사원이 만나기 쉬운 가구로 즉시 바꾸면 원래의 확률표본 설계가 훼손됩니다.
연락 횟수와 시간대, 접촉 중단 기준은 사전에 정하고 모든 선정 가구에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예비 가구를 두더라도 본표본과 같은 추출 절차로 순서를 정했다는 사실만으로 대체가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대체 조건을 미리 명시하고, 실제 대체 내역을 기록하며, 분석 단계에서 원래의 선택확률과 무응답 조정이 어떻게 반영되는지까지 설계해야 합니다. 무응답이 조사 품질에 미치는 영향과 가중치 조정의 필요성은 미국 인구조사국의 조사 설계 및 방법론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공개할 때는 최초 선정 가구 수, 접촉 성공 가구 수, 거절·부재 건수, 최종 응답 가구 수를 구분하는 편이 좋습니다. 응답률 하나만으로 편향의 크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누가 조사 과정에서 빠졌는지 판단할 최소한의 단서는 됩니다.
설문 보고서에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보고서에서 모집단의 정의, 표본틀의 출처와 기준일, 난수 추출 방법, 표본 규모, 조사 기간, 접촉 규칙, 무응답 및 대체 처리 방식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특정 동이나 연령대처럼 중요한 집단의 수가 지나치게 적을 가능성이 크다면 단순무작위추출보다 집단별로 나누어 뽑는 층화추출이 조사 목적에 더 알맞을 수도 있습니다.
확률표본은 표본오차를 계산할 기반을 제공하지만 대표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명부 누락, 질문 문구, 조사 시간대, 무응답 같은 비표본오차가 남기 때문입니다. 통계는 공식을 외우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설문 속 숫자가 누구의 답을 담았고 누구를 놓쳤는지 따져, 그 숫자의 의미와 한계를 판단하는 도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