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멀티태스킹을 줄였을 때 생긴 집중력 변화
보고서를 쓰면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슬랙 메시지에 답하면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회의 자료를 만들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일이 절반만 진행된 채 하루가 끝났다. 2024년 12월 중순, "한 번에 하나씩만 하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2주간 실험을 시작했다.
1. 내가 멀티태스킹을 한다는 걸 언제 깨달았나
문제를 인식한 건 동료의 한마디였다. "너 항상 모니터 3개 켜놓고 일하더라. 집중 안 되지 않아?" 그때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왼쪽 모니터엔 엑셀, 중앙엔 워드, 오른쪽엔 슬랙과 이메일. 세 화면을 번갈아 보며 일했다.
12월 9일(월) 오전 업무 패턴 기록
9:00 - 보고서 작성 시작
9:05 - 슬랙 메시지 알림 → 답장 (2분)
9:07 - 보고서 작성 재개
9:12 - 이메일 알림 → 확인 및 답장 (5분)
9:17 - 보고서 작성 재개
9:23 - 동료가 질문 → 답변 (3분)
9:26 - 보고서 작성 재개
9:30 - 데이터 확인 필요 → 엑셀 열기
9:35 - 엑셀 보다가 다른 데이터 궁금 → 추가 분석
...
10:00 - 보고서 실제 작성 시간: 약 15분
1시간 동안 보고서에 쓴 시간은 겨우 15분이었다. 나머지 45분은 작업 전환, 메시지 확인, 집중력 회복에 사용됐다. 이게 하루 종일 반복됐다.
2. 멀티태스킹의 숨은 비용
찾아보니 "작업 전환 비용"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넘어갈 때마다 뇌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전환 비용은 평균 23분이라고 한다.
| 상황 | 전환 비용 | 실제 사례 |
|---|---|---|
| 보고서 작성 중 메시지 확인 | 재집중 5~10분 | 어디까지 썼는지 다시 읽어야 함 |
| 데이터 분석 중 전화 응대 | 재집중 10~15분 | 분석 흐름 끊김, 처음부터 다시 확인 |
| 코드 작성 중 회의 참석 | 재집중 15~25분 | 로직 다시 이해해야 함 |
▲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 참고, 개인 경험 기준 재구성
하루에 10번 작업을 전환하면 전환 비용만 50~100분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실제 업무 시간은 8시간이지만, 순수 집중 시간은 4~5시간밖에 안 되는 이유였다.
3. 실험 설계: 싱글태스킹 2주
12월 10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다음 규칙을 지켰다.
✅ 실천할 것
- 한 번에 하나의 작업만
- 작업 시작 전 알림 모두 끄기
- 25분 집중 후 5분 휴식
- 모니터 1개만 사용
- 업무 전환은 휴식 시간에만
❌ 하지 않을 것
- 작업 중 메시지 확인
- 보고서 쓰며 데이터 분석
- 전화하며 이메일 확인
- 여러 창 동시에 띄우기
- "잠깐만" 하며 다른 일
가장 어려웠던 건 알림을 끄는 것이었다. 슬랙 배지 숫자가 쌓이는 게 보이면 불안했다. "지금 급한 메시지 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규칙을 지키기로 했다.
4. 첫 주: 적응 과정과 불편함
처음 3일은 정말 불편했다. 보고서를 쓰다가 데이터가 궁금해도 "지금은 보고서만"이라고 스스로를 제어해야 했다. 슬랙 메시지가 쌓이는 걸 보면서도 25분이 지날 때까지 참아야 했다.
12월 11일(수) 오전 경험 기록
9:00 - 보고서 작성 시작, 타이머 25분 설정
9:08 - 슬랙 알림 소리 들림 (끄지 않아서). 확인하고 싶지만 참음.
9:15 - 데이터 확인하고 싶지만 "나중에"라고 메모만 함
9:25 - 타이머 종료. 보고서 1.5페이지 완성.
9:25~9:30 - 휴식 시간. 슬랙 확인. (긴급한 것 없음)
9:30 - 보고서 작성 재개
→ 결과: 오전 2시간에 보고서 5페이지 완성. 이전에는 하루 종일 걸렸던 분량.
놀라운 건 실제 슬랙 메시지 중 급한 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25분 후 확인해도 문제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급하다"고 느낀 건 나뿐이었다.
5. 둘째 주: 집중력 향상 체감
둘째 주부터는 싱글태스킹이 자연스러워졌다. 25분 동안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게 습관이 됐고, 오히려 멀티태스킹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 측정 항목 | 멀티태스킹 시기 | 싱글태스킹 2주 후 |
|---|---|---|
| 하루 순수 집중 시간 | 3~4시간 | 6~7시간 |
| 작업 완료 개수 | 2~3건 (모두 미완성) | 3~4건 (모두 완성) |
| 오타/실수 빈도 | 높음 | 낮음 |
| 퇴근 시 피로도 | 높음 (정신적 소진) | 보통 (적당한 피로) |
특히 오타와 실수가 줄어든 게 인상적이었다. 멀티태스킹할 때는 보고서에 데이터를 잘못 쓰거나, 이메일 수신자를 잘못 지정하는 실수가 잦았다. 하지만 싱글태스킹 후에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니 실수가 확연히 줄었다.
6. 싱글태스킹이 어려운 상황
모든 상황에서 싱글태스킹이 가능한 건 아니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멀티태스킹이 불가피했다.
- 회의 중 메모: 회의 들으면서 메모는 해야 함
- 전화 상담 중 시스템 조회: 고객 대응하며 정보 찾기
- 긴급 상황: 시스템 장애 등 여러 일을 동시 처리해야 할 때
- 단순 반복 작업: 데이터 입력하며 음악 듣기 등은 오히려 효율적
중요한 건 "집중이 필요한 작업"과 "동시 처리 가능한 작업"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기획안 작성처럼 사고가 필요한 일은 싱글태스킹이 필수였다. 반면 이메일 정리, 파일 복사, 단순 입력은 멀티태스킹해도 문제없었다.
7. 동료들의 반응과 협업 방식 조정
싱글태스킹을 시작하면서 동료들에게 미리 알렸다. "오전 9~11시는 집중 업무 시간이라 메시지 답이 늦을 수 있어요. 급하면 전화 주세요." 처음엔 반응이 다양했다.
긍정적 반응:
"나도 해보고 싶다" (3명)
"그래야 일이 제대로 되지" (2명)
부정적 반응:
"팀워크가 중요한데 답이 늦으면 안 되지 않나?" (1명)
"그럼 급할 때 어떡해?" (1명)
부정적 반응에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 첫째, 응답 시간을 명확히 제시했다. "오전 11시, 오후 3시, 오후 5시 세 번 확인합니다." 둘째, 정말 급한 건 전화로 연락받았다. 2주간 긴급 전화는 딱 2번 왔다. 나머지는 2시간 늦어도 문제없는 일이었다.
8. 예상치 못한 부수 효과
싱글태스킹의 또 다른 효과는 업무 우선순위가 명확해진 것이었다. 멀티태스킹할 때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하면서 모든 게 급해 보였다. 하지만 싱글태스킹은 "지금 이것만"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선순위를 정하게 됐다.
멀티태스킹 시절:
"보고서도 써야 하고, 이메일도 답해야 하고, 데이터도 정리해야 하고..."
→ 모든 게 급하고 중요. 우선순위 불명확.
싱글태스킹 후:
"지금 1시간은 보고서에만 쓴다. 이메일은 11시에."
→ 명확한 우선순위. 다른 일은 '나중에' 목록으로.
또한 정신적 피로가 확연히 줄었다. 멀티태스킹할 때는 퇴근 후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싱글태스킹 후에는 피곤하긴 해도 "적당히 일한" 느낌이었다. 퇴근 후 책을 읽거나 운동할 여유가 생겼다.
9. 싱글태스킹 유지 전략
2주간의 실험 후,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다음은 싱글태스킹을 지속하기 위한 나만의 규칙이다.
환경 설정
- 모니터 1개만 사용
- 슬랙/이메일 알림 끄기
- 핸드폰 뒤집어 두기
- 책상 정리 (필요한 것만)
시간 관리
- 25분 타이머 사용
- 5분 휴식은 반드시
- 오전/오후 각 2시간 집중
- 이메일은 정해진 시간에만
우선순위
- 하루 3개 핵심 업무 선정
- 집중 업무는 오전에
- 단순 업무는 오후에
- "나중에" 목록 활용
소통
- 집중 시간 공유
- 응답 시간 명시
- 긴급 연락 방법 안내
- 정기적 업데이트
10. 결론: 멀티태스킹은 착각이었다
2주간의 실험으로 깨달은 건, 멀티태스킹은 실제로는 "빠른 작업 전환"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짜 동시에 두 가지를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일을 조금씩 하다가 말다가 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환 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결국 모든 일이 느려진다.
싱글태스킹은 느린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한 가지를 확실히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니, 하루 종료 시점에 완료된 작업이 훨씬 많았다. 무엇보다 "오늘 이것만큼은 끝냈다"는 성취감이 생겼다.
- 하루 3개 핵심 작업 선정, 한 번에 하나씩만 진행
- 25분 집중 + 5분 휴식 사이클 유지
- 작업 중에는 모든 알림 끄기
- 이메일/메시지는 정해진 시간에만 확인 (하루 2~3회)
- 동료에게 집중 시간과 응답 시간 미리 공유
- "나중에" 목록 활용 - 지금 안 할 것은 적어두기
멀티태스킹을 줄이는 건 단순히 업무 방식의 변화가 아니었다. 하루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변화였다. "모든 걸 다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이것만"에 집중하니,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2주간의 실험은 이제 습관이 됐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