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환경 관찰

사내 메신저 알림 빈도가 집중력에 준 영향 관찰

기록하는직장인 2026. 2. 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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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쓰던 중 슬랙 알림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점심 뭐 먹을래요?" 메시지였다. 답장하고 다시 보고서로 돌아왔는데, 방금 뭘 쓰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났다. 다시 읽어보는 데 5분. 이런 일이 하루에 수십 번 반복됐다. 2024년 12월 한 달간 슬랙 알림 빈도와 내 집중력의 관계를 측정하고 기록했다.

📊 측정 방식
- 기간: 2024년 12월 1일~31일 (20 근무일)
- 측정 도구: 슬랙 통계, 개인 업무 일지
- 기록 항목: 알림 횟수, 집중 시간, 업무 완료 건수, 주관적 피로도
- 실험: 2주차부터 알림 관리 방식 변경

1. 1주차: 알림을 모두 켜둔 상태

12월 첫째 주는 평소처럼 모든 알림을 켜둔 채 일했다. 슬랙의 모든 채널, DM, 멘션, 이모지 반응까지 알림이 울렸다. 하루 알림 횟수를 세어봤다.

날짜 알림 총 횟수 실제 중요 알림 불필요 알림
12월 2일 (월) 87회 12회 75회
12월 3일 (화) 93회 15회 78회
12월 4일 (수) 102회 18회 84회
12월 5일 (목) 79회 10회 69회
12월 6일 (금) 68회 8회 60회

▲ 1주차 슬랙 알림 기록

 

하루 평균 86회의 알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5~6분마다 한 번씩 알림이 울린 셈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게 필요한 알림은 15% 미만이었다. 나머지 85%는 불필요했다.

2. 불필요한 알림의 정체

86회 알림 중 73회가 불필요했다면,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분류해봤다.

❌ 불필요 알림
- 전사 공지 채널 (30회)
- 타 팀 대화 (20회)
- 잡담 채널 (15회)
- 이모지 반응 (5회)
- 봇 알림 (3회)

✅ 필요 알림
- 직접 멘션 (8회)
- DM (4회)
- 팀 채널 중요 공지 (3회)
- 긴급 요청 (1~2회)

전사 공지 채널에서만 하루 30회 알림이 왔다. "○○님 생일 축하", "식당 메뉴 변경", "주차장 공사 안내" 같은 것들. 읽어야 하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되는 내용이었다.

3. 알림 하나가 집중을 끊는 과정

12월 3일 화요일 오전, 보고서를 쓰던 중 일어난 일을 시간대별로 기록했다.

9:00 - 보고서 작성 시작. 집중 상태 진입.
9:08 - 슬랙 알림. "전사 회의실 예약 시스템 점검 안내"
→ 확인. 나와 관련 없음. 다시 보고서로.
9:09~9:12 - 방금 뭘 쓰고 있었지? 위로 스크롤해서 다시 읽음.
9:12 - 작성 재개.
9:18 - 슬랙 알림. 잡담 채널 "오늘 날씨 춥네요 ㅋㅋ"
→ 무시. 하지만 화면 귀퉁이 배지 숫자 1이 신경 쓰임.
9:23 - 슬랙 알림. "@전체 연말 회식 일정 투표"
→ 확인. 투표 클릭. 2분 소요.
9:25~9:28 - 보고서 어디까지 썼더라? 다시 읽음.
9:28 - 작성 재개.
9:35 - 슬랙 알림. 팀장 DM "오전 회의 30분 늦춰집니다"
→ 확인. 중요. 일정 수정.
9:37~9:40 - 보고서로 돌아가려다가 이메일 확인. 또 3분 소요.
9:40 - 작성 재개.
...

→ 40분 동안 실제 작성 시간: 약 20분

40분 중 절반은 알림 확인과 집중 회복에 썼다. 알림 자체는 10초면 확인되지만, 그 후 다시 집중하는 데 평균 3~5분이 걸렸다.

4. 1주차 업무 성과 측정

첫 주 동안의 업무 완료도와 주관적 피로도를 기록했다.

측정 항목 1주차 (알림 ON)
하루 평균 알림 86회
순수 집중 시간 3시간 30분
하루 완료 작업 2~3건
퇴근 시 피로도 (10점 만점) 8점
업무 만족도 (10점 만점) 4점

8시간 근무했지만 실제 집중한 시간은 3시간 30분뿐이었다. 나머지는 알림 확인, 집중 회복, 멀티태스킹에 소모됐다. 퇴근할 때는 "오늘 일은 많이 했는데 뭘 한 거지?"라는 허무함이 있었다.

5. 2주차: 알림 필터링 실험

12월 9일부터 알림 설정을 바꿨다. 다음 기준으로 알림을 필터링했다.

  • 알림 ON: 직접 멘션(@나), DM, 팀 채널 멘션
  • 알림 OFF: 전사 공지, 잡담 채널, 이모지 반응, 타 팀 채널
  • 집중 시간 설정: 오전 9~11시, 오후 2~4시는 "방해금지" 모드
  • 확인 시간 지정: 11시, 12시, 3시, 5시 네 번만 일괄 확인

처음엔 불안했다. "급한 메시지 놓치면 어떡하지?" 하지만 실제로는 급한 일은 전화로 온다는 걸 깨달았다. 2주간 긴급 전화는 딱 1번 왔다.

6. 2주차 결과: 극적인 변화

측정 항목 1주차 (필터 전) 2주차 (필터 후) 변화
하루 평균 알림 86회 18회 -79%
순수 집중 시간 3.5시간 6시간 +71%
하루 완료 작업 2~3건 4~5건 +67%
퇴근 시 피로도 8점 5점 -38%
업무 만족도 4점 7점 +75%

알림을 79% 줄였더니 집중 시간은 71% 늘었다. 하루 완료 작업도 거의 2배가 됐다. 무엇보다 정신적 피로가 확연히 줄었다. "일 많이 했는데 성과 없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7. 실제 사례: 같은 작업, 다른 시간

같은 유형의 보고서를 1주차와 2주차에 각각 작성했다. 소요 시간이 달랐다.

1주차: "고객 만족도 분석"
알림: 켜짐
작성 시간: 4시간 30분
중단 횟수: 23회
오타/실수: 7건
느낌: 힘들고 지침

2주차: "경쟁사 분석"
알림: 필터링
작성 시간: 2시간 40분
중단 횟수: 5회
오타/실수: 2건
느낌: 집중되고 빠름

같은 난이도, 같은 분량의 보고서인데 시간은 40% 단축됐다. 중단 횟수가 줄어들자 실수도 줄었고, 작업 흐름도 매끄러웠다.

8. 동료들의 반응

알림을 줄이면서 우려했던 건 "답장이 늦다"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슬랙 상태 메시지 설정
"🔕 집중 업무 중 (9~11시, 14~16시)
급하면 전화 주세요: 010-XXXX-XXXX
그 외 시간엔 30분 내 답장합니다"

동료 A: "아, 이 시간엔 방해하면 안 되는구나. 나중에 물어봐야지."
동료 B: "나도 이렇게 해볼까? 집중 시간 너무 부족해."
팀장: "급한 게 아니면 오후에 물어보는 게 낫겠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니 동료들도 이해했다. 오히려 "나도 집중 시간이 필요하다"며 비슷하게 설정하는 팀원이 2명 생겼다.

9. 알림과 응답 시간의 관계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다. 알림을 줄였는데 오히려 응답 시간이 빨라졌다.

구분 1주차 (알림 ON) 2주차 (알림 필터)
평균 응답 시간 25분 18분
즉시 응답 (<5분) 35% 15%
정확한 응답 70% 90%

즉시 응답은 줄었지만, 평균 응답 시간은 오히려 단축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해진 시간에 한꺼번에 확인하고 답하니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집중해서 메시지를 읽으니 정확한 답변도 늘었다.

10. 3~4주차: 지속 가능성 확인

2주차의 효과가 일시적인 건지 확인하기 위해 3~4주도 같은 방식을 유지했다. 결과는 지속됐다.

12월 전체 평균 (2~4주차)
- 하루 평균 알림: 20회 (86회 → 77% 감소)
- 순수 집중 시간: 5.8시간 (3.5시간 → 66% 증가)
- 하루 완료 작업: 4.3건 (2.5건 → 72% 증가)
- 피로도: 5.2점 (8점 → 35% 감소)
- 업무 만족도: 7.5점 (4점 → 88% 증가)

한 달 동안 유지한 결과, 알림 필터링은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이었다. 처음의 불안감("메시지 놓치면 어쩌지")은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11. 놓친 중요 메시지는?

한 달간 알림을 필터링하면서 실제로 놓친 중요 메시지가 있었는지 점검했다.

  • 긴급 상황: 1건 (전화로 해결)
  • 회의 일정 변경: 2건 (다음 확인 시간에 파악, 문제 없음)
  • 자료 요청: 3건 (2시간 내 답변, 충분)
  • 실제 문제가 된 경우: 0건

걱정과 달리 실제 문제가 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의 메시지는 2~3시간 늦게 봐도 괜찮은 내용이었다.

12. 다른 팀원들의 실험

내 사례를 팀 회의에서 공유했더니 3명이 같은 방식을 시도했다. 그들의 결과도 비슷했다.

팀원 C (마케터):
"처음엔 불안했는데, 일주일 지나니 오히려 편해요. 일 끝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어요."

팀원 D (디자이너):
"디자인 작업할 때 알림 때문에 집중 끊기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이제 2시간씩 몰입할 수 있어요."

팀원 E (기획자):
"급한 거 아니면 전화하라고 명시했더니, 실제로 전화 온 건 2주에 1번. 대부분 안 급했던 거죠."

13. 예외 상황: 알림을 켜야 할 때

물론 모든 상황에서 알림을 끄는 게 정답은 아니었다. 다음 상황에서는 알림을 켰다.

알림 ON 상황
- 프로젝트 마감일
- 클라이언트 대응 중
- 긴급 이슈 발생 시
- 팀 전체 위기 상황
- 실시간 협업 필요 시

알림 OFF 가능
- 일반 업무일
- 집중 작업 필요 시
- 보고서/기획서 작성
- 데이터 분석 작업
- 장시간 회의 참석 중

중요한 건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었다. 항상 끄거나 항상 켜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14. 결론: 알림은 도구, 주인은 나

한 달간의 실험으로 명확해진 건, 알림이 나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슬랙이 울리면 확인하고, 배지 숫자가 쌓이면 불안하고, 누군가 메시지 보내면 즉시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메시지는 급하지 않았다. 86개 알림 중 73개는 지금 당장 볼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다. 그걸 확인하느라 집중을 잃고, 시간을 낭비하고, 피로를 쌓았다.

  • 알림 필터링: 직접 멘션, DM, 중요 채널만
  • 집중 시간 설정: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은 방해금지
  • 일괄 확인: 하루 4회 정해진 시간에만
  • 상태 메시지: 집중 시간과 긴급 연락 방법 명시
  • 유연한 조절: 긴급 상황에는 알림 켜기

알림을 77% 줄였더니 집중 시간은 66% 늘고, 완료 작업은 72% 증가했다. 무엇보다 일하는 게 덜 피곤해졌다. "바쁘게 움직였는데 뭘 한 거지?"라는 허무함이 사라졌다.

슬랙은 도구다. 도구가 나를 부리는 게 아니라, 내가 도구를 부려야 한다. 알림을 조절한다고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빠르고, 정확하고,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 이 한 달의 실험이 그걸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