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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환경 관찰

상사의 피드백 방식이 업무 속도에 준 변화

기록하는직장인 2026. 2. 2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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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보고서를 다섯 번 고쳤다. 첫 번째 제출 후 "전체적으로 괜찮은데 좀 더 다듬어봐"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무엇을 어떻게 다듬으라는 건지 몰라서 추측으로 수정했다. 두 번째 제출 후엔 "이 부분은 아닌 것 같아"라는 말만 들었다. 세 번째, 네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일주일이 걸렸다. 2024년 12월, 이런 모호한 피드백이 업무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록했다.

1. 두 가지 피드백 스타일의 차이

12월 한 달간 두 명의 상사와 일할 기회가 있었다. A 팀장과 B 부서장. 같은 내용의 보고서였지만, 피드백 방식이 완전히 달랐고, 그에 따른 작업 속도도 달랐다.

구분 A 팀장 (모호형) B 부서장 (구체형)
피드백 예시 "전반적으로 괜찮은데 좀 더 보완이 필요해요" "3페이지 표에서 ROI 계산식이 빠졌어요. 추가해주세요"
수정 횟수 평균 4~5회 평균 1~2회
완료 시간 5~7일 1~2일
심리적 부담 높음 (불안) 낮음 (명확)

▲ 2024년 12월 업무 기록 비교

같은 분량의 보고서인데 A 팀장과는 일주일, B 부서장과는 이틀이 걸렸다. 차이는 피드백의 구체성이었다.

2. 모호한 피드백의 실제 사례

12월 3일, A 팀장에게 "4분기 마케팅 성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다음은 실제로 받은 피드백과 그에 따른 작업 과정이다.

1차 제출 (12월 3일 오전)
피드백: "전체적으로 괜찮은데, 좀 더 임팩트 있게 만들어봐요."
→ 내 해석: 임팩트? 그래프를 크게? 숫자를 강조? 색상을 진하게?
→ 작업: 그래프 크기 확대, 주요 수치 볼드 처리 (2시간 소요)

2차 제출 (12월 3일 오후)
피드백: "음, 뭔가 핵심이 안 보이네요."
→ 내 해석: 핵심? 요약을 더 짧게? 목차 구조 변경?
→ 작업: 요약 페이지 추가, 목차 재구성 (3시간 소요)

3차 제출 (12월 4일 오전)
피드백: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봐요."
→ 내 해석: ??? 처음부터 다시?
→ 작업: 1차 버전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식으로 수정 (4시간 소요)

결국 5차 수정 끝에 일주일 만에 승인받았다. 마지막에 팀장이 원했던 건 "결론을 첫 페이지에 배치하고, 세부 내용은 부록으로"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해줬으면 하루 만에 끝났을 일이었다.

3. 구체적 피드백의 효과

반대로 B 부서장과의 작업은 빨랐다. 12월 15일, 같은 유형의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받은 피드백은 이랬다.

1차 제출 (12월 15일 오전)
피드백:
"1. 2페이지 표에서 전년 대비 증감률 컬럼 추가
2. 5페이지 그래프 Y축 단위를 '천 원'에서 '백만 원'으로 변경
3. 마지막 결론 부분에 향후 3개월 액션 플랜 3줄 요약 추가
이 세 가지만 수정하면 됩니다."

→ 작업: 정확히 지적된 부분만 수정 (1시간 소요)

2차 제출 (12월 15일 오후)
피드백: "좋습니다. 승인합니다."

→ 총 소요 시간: 하루

무엇을, 어디를, 어떻게 고치라는 게 명확하니 추측할 필요가 없었다. 수정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제로였다. 바로 실행하고 제출했다.

4. 모호한 피드백이 만드는 숨은 비용

모호한 피드백은 단순히 시간만 잡아먹는 게 아니었다. 여러 가지 숨은 비용이 발생했다.

① 심리적 불안감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걸까?" "이번엔 맞을까?" 하는 불안. 수정할 때마다 확신이 없어서 여러 버전을 만들어놨다. 혹시 팀장이 "이전 버전이 나았어요"라고 할까 봐.

② 과잉 수정
"좀 더 나아 보이게" 하려다가 필요 없는 부분까지 건드렸다. 결과적으로 처음보다 복잡해지고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졌다.

③ 다른 업무 지연
보고서 하나 수정하느라 일주일을 쓰는 동안 다른 프로젝트는 손도 못 댔다. 우선순위가 꼬였다.

④ 학습 기회 상실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니, 다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3개월 후 비슷한 보고서를 쓸 때 또 같은 피드백을 받았다.

5. 피드백 방식에 따른 업무 시간 비교

12월 한 달간 작성한 보고서 8건을 분석했다. 피드백 방식에 따라 소요 시간이 극명히 갈렸다.

보고서 피드백 유형 수정 횟수 소요 일수
4분기 성과 모호형 5회 7일
고객 분석 구체형 1회 1일
신규 기획안 모호형 4회 5일
예산 집행 구체형 2회 2일
프로세스 개선 모호형 6회 8일

모호한 피드백을 받은 보고서는 평균 5회 수정, 6.7일 소요. 구체적 피드백을 받은 보고서는 평균 1.5회 수정, 1.5일 소요. 같은 보고서인데 피드백 방식만 다를 뿐, 속도는 4배 차이가 났다.

6. 왜 모호한 피드백을 주는가

A 팀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더 빨리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추상적으로 말씀하시나요?" 팀장의 답변이 흥미로웠다.

A 팀장의 답변

"너무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직원이 수동적으로 변해요. 내가 시킨 것만 하게 되죠. 스스로 생각하게 하려고 일부러 여지를 둡니다. 그래야 성장하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저도 처음엔 뭐가 문제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막연히 '뭔가 아닌데...' 하는 느낌만 있을 때. 그럴 땐 '다시 한번 봐봐요' 하고 넘기죠."

팀장의 의도는 이해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성장보다 혼란이 더 컸다. "스스로 생각하라"는 건 좋지만, 방향 자체를 모르면 헛수고만 반복하게 된다.

7. 효과적인 피드백의 구조

B 부서장의 피드백을 분석해보니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세 가지 요소가 항상 포함돼 있었다.

1. 위치
"3페이지"
"두 번째 표"
"결론 부분"
→ 어디를 고칠지 명확

2. 내용
"ROI 계산식"
"전년 대비 증감률"
"향후 액션 플랜"
→ 무엇을 고칠지 명확

3. 방향
"추가해주세요"
"삭제하세요"
"변경하세요"
→ 어떻게 고칠지 명확

이 세 가지만 있으면 피드백은 즉시 실행 가능했다. "3페이지 표에 ROI 계산식 추가" -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8. 내가 피드백을 요청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모호한 피드백을 받는 게 반복되면서, 나도 대응 방식을 바꿨다. 제출할 때 미리 체크리스트를 함께 보냈다.

개선 전 제출 방식
이메일 제목: "4분기 보고서 검토 요청"
본문: "첨부 파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개선 후 제출 방식
이메일 제목: "4분기 보고서 검토 요청 - 특히 3페이지 표 확인 부탁"
본문:
"첨부 파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특히 다음 부분 중점 확인 부탁드립니다:
□ 2페이지 - 전년 대비 증감률 계산 방식
□ 3페이지 - ROI 표 구성
□ 5페이지 - 향후 계획 방향성
위 세 부분이 적절한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하니 팀장도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2페이지는 OK, 3페이지는 계산식 추가 필요, 5페이지는 좀 더 구체화" 이런 식으로.

9. 조직 전체로 보면

개인 차원을 넘어 팀 전체의 효율성도 달라졌다. 12월 한 달간 우리 팀(7명)이 모호한 피드백으로 낭비한 시간을 계산해봤다.

항목 인당 평균 팀 전체 (7명)
모호한 피드백 건수 월 3건 월 21건
건당 불필요한 수정 시간 평균 8시간 -
월 낭비 시간 24시간 168시간
연간 낭비 시간 288시간 (36일) 2,016시간 (252일)

▲ 추정치, 2024년 12월 기준

팀 전체로 보면 연간 252일의 업무 시간이 불필요한 수정에 소모됐다. 이 시간이면 신규 프로젝트 2~3개는 더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10. 피드백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

12월 말, 팀 회의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피드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주고받으면 어떨까요?" 처음엔 조심스러웠지만, 다른 팀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팀 차원의 피드백 가이드 (시범 도입)

1. 피드백 줄 때: "어디를, 무엇을, 어떻게" 명시하기
2. 피드백 받을 때: 체크 포인트 미리 제시하기
3. 불명확하면 즉시 질문하기 (추측하지 않기)
4. 구두 피드백도 문서로 남기기 (슬랙 또는 이메일)
5. 월 1회 피드백 회고 -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 공유

아직 시작 단계지만, 팀장도 "한번 해보자"고 동의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방향은 잡힌 것 같다.

11. 결론: 명확한 피드백이 모두를 살린다

한 달간의 관찰로 명확해진 건, 모호한 피드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상사는 원하는 결과를 빨리 못 받고, 직원은 시간을 낭비하고, 조직은 효율이 떨어진다.

  • 구체적 피드백: "3페이지 표에 ROI 추가" → 즉시 실행 가능
  • 모호한 피드백: "전체적으로 보완 필요" → 추측과 재작업 반복
  • 결과: 속도 4배 차이, 심리적 부담 현격한 차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려고"라는 명분은 좋지만, 방향 없는 시행착오는 성장이 아니라 소모다. 명확한 피드백이 오히려 더 빠른 학습을 만든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아야 다음엔 안 하니까.

피드백은 업무 속도의 가속 페달이 될 수도, 브레이크가 될 수도 있다. 한 문장의 명확성이 일주일의 시간을 결정한다. 이 관찰이 우리 팀, 나아가 조직 전체의 피드백 문화를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